[33호]감옥으로부터 온 편지

  자랑스런 전농 간부님들과 회원님들께


회원여러분, 동화작용을 많이 해야 할 행운의 날 8월도 중순을 지나고 있습니다. 정초부터 ‘황금돼지해’라고 오두방정을 떨었던 2007년 복도 달아나버리고 벌써 반년도 훨씬 도망가 버렸습니다.

농민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태풍, 장마, 병충해, 무더위, 가뭄, 해일, 우박, 냉해, 폭설, 한파 등을 필수적으로 만나야 합니다. 그동안 농사짓느라 강도 높은 노동을 한 생각하면 고생했다는 말로도 부족할 것입니다. 전농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전여농 회원님들도 미안할 정도로 고생하셨습니다.


그 보다도 힘들었던 농사는 아스팔트 농사였을 겁니다.

수세투쟁, 추곡수매투쟁부터 시작하여 고추투쟁, 감귤투쟁, 수입개방반대투쟁, UR투쟁, 단위조합장 직선제, 농가부채, 불량종자, 한칠레 FTA, 쌀비준국회비준, 통일벼․보리수매제 부활, 수입개방, GATT, 평택미군기지확장반대투쟁, WTO, 한미 FTA… 등 수많은 투쟁들을 ‘혁명전야’처럼 가열차게 해 왔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투쟁 중에서 확실하게 승리한 것은 수세와 조합장 직선제입니다. 일본 놈들이 만들어 놓은 농업근대화촉진법으로 1년에 8백억씩 45년간 수탈해 간 것과 농협, 수협, 임협, 축협 조합장을 대통령이 임명내린 관선조합장에서 농민들의 투쟁으로 직접 선출하게 된 것, 이 두 건밖에 확실하게 이긴 것이 없습니다. 그것도 전농이 출범하기 이전의 대농민 투쟁이었고, 그 투쟁의 힘과 열기로 농민연합에 이어서 ‘전국농민회총연맹’을 건설하였습니다.


출범에서부터 우리들의 희망은 금방이라도 혁명할 것 같은, 남한사회 모든 부문 운동권들에게 자부심 또한 대단했습니다. 출범 후엔 민족의 분단이 농민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과 세계의 농업기업 자본들이 세계 민중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구조를 알면서부터 통일사업과 반세계화투쟁을 동시에 벌여내었습니다.

한편에서 통일사업으로 금강산에서 첫 통일농민대회를 진행하여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감격의 눈물이 나오도록 하였고, 못자리 비닐보내기, 쌀 보내기, 비료보내기 등 하나밖에 없는 조국, 분단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또 한편에서는, 세계 초국적 자본이 우리 민중들을 수탈하고 국가주권을 송두리째 장악하려는 자본의 세계화 전략인 WTO와 FTA를 박살내기 위해 시애틀, 멕시코 칸쿤, 홍콩, 제주, 신라호텔, 장충단공원, 서울시청앞, 대사관, 광화문, 청와대, 하얏트호텔, 워싱턴, 몬타나, 또 시애틀에 잠 못 이루는 밤, 버지니아, 프랑스 빠리까지 쫓아다니며 원정투쟁까지 힘 버거운 반세계화투쟁에서도 세계가 알아준 혁명적 투쟁을 담당한 전농이었습니다.

감옥으로부터 온 편지


한미 FTA는 조국이 미국에 차압당했기 때문에 하라는 대로 조약서에 서명하였고, 이제 남은 것은 헌법만 차압당하면 신식민지가 확실해진 것이지요.

일제 강점기나 2차 대전 때처럼 대포나 총을 들고 전쟁을 하지 않습니다. 파카 만년필 하나로 나라의 주권인 정치, 경제, 군사, 문화까지 미국의 마음대로 하게 되는 거죠. 우리 국군의 이라크파병도 차압당해 갔었고, 평택 도두리 농민 땅도 미군에게 차압당했고, 한미 FTA로 농민과 땅이 차압당해 더 큰 재앙을 만날 겁니다. 이번 탈레반 인질도 그 재앙의 일부입니다.


사실 한미 FTA 투쟁은 범국본이 이긴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오종렬 의장과 나, 두 대표를 인질로 잡고 공을 국회로 차버린 것이 아닙니까. 이건 소인배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말 그대로 FTA를 통쾌하게 한방으로 날려 보냅시다. 우리 민중의 힘으로도 충분하고 남습니다. 앞으로 대선 총선이 있지 않습니까요.


전농회원여러분, 근현대사에서 농민처럼 20년 동안 혁명적으로 투쟁했던 성과물과 존재를 검증하듯이 헛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투쟁했던 역사적 성과물들을 이제 마지막 본 게임에 전시할 때가 됐습니다. 과거에 함께 싸웠던 머리가 하얘진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된 선배 어르신들부터 갓 학교를 졸업하고 혁명의 현장으로 농투신했던 신출내기 새댁이 첫아이를 업고, 추운 겨울 도청앞 최루탄 연기 자욱한 거리에서 농민과 함께 했던 첫아이가 스무 살이 다된 새내기 학생까지 우리는 또 하나의 전선으로 지상의 최고 축제의 난장을 터봅시다.

이때야말로 축제의 기회입니다.

강원도의 조껍데기 막걸리, 제주에 감귤, 해남의 월동배추, 경상도 참외, 경기도 이천쌀, 전라도 보리쌀, 충청도 수박…. 모두 가져와 FTA 재앙의 난국을 축제로 박살내고 지금까지 투쟁해왔던 예선전을 뛰어 넘어 결승전엔 모든 응원부대가 되어 한판 승부로 결딴냅시다.


“Come September!” 구월이 오면!

내가 등기 내 놓은 달입니다. 9월 FTA 투쟁 때 내 달 밟고 지나가도 통행료 안 받겠습니다. 정말 본 게임 11월 작년 민란보다 한 등급 높은 혁명의 축제를 팔도강산에서 벌입시다. 그동안 고생했던 활동가 간부님들 지친 것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끄트머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명예를 회복합시다.


잠깐, “배식!” 점심사료 온답니다. 밥 탈 준비합니다. 농민이 만든 것이네. 저는 마구간에서 혼자 주는 사료 꼬박꼬박 잘 먹고 건강합니다.


회원여러분, 투쟁의 기회도 이젠 자주 없습니다. 이번 투쟁이 사활을 건 투쟁이라고 생각하고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탄력성 있는 투쟁 준비와 승리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11월 손 없는 날 잡아서 민중들의 최고의 축제를 벌입시다.


회원여러분, 북 평양엔 대홍수로 수해가 났다고 합니다. 발 벗고 도웁시다. 수해난 북 동포보다 우린 행복합니다. 나눕시다. 멀리 멕시코 칸쿤에서 죽은 이경해 열사보다, 분신한 허세욱보다, 아름다운 오추옥보다, 맞아죽은 전용철, 홍덕표보다 우린 행복합니다. 구속, 수배, 징역 산 사람보다 행복합니다. 9월, 11월 FTA 난장에 모두 나섭시다. 우리 지금까지도 승리했고 앞으로도 완벽한 승리는 여러분의 차지가 될 것입니다.


2007년 8월 18일 서울구치소에서

정광훈 드림



admi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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