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호]첫 술에 배부르랴! 그런데 가슴이 벅차오른 마을간담회

   

조효선 강원도연맹 총무부장


홍천군 농민회도 다른 시군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농사일이 많이 밀려있어 걱정이 태산이고 작년에도 올해도 얘기만 들었지 마을간담회를 한 곳도 진행하질 못해 그것도 걱정이었다.

‘마을간담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보이고 생각만 해도 사무국장님의 미간은 절로 찌푸려져 주름만 는다. 지난 번 도연맹 마을강사단 교육을 받고는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진행해보자’고 회장님, 부회장님과 머리를 맞대고 이것저것 얘길 나누어 보셨단다.

그. 러. 나.

이번 군농민회 회의에서 과연 임원진들의 결의를 모아낼 수 있을지 영~걱정스러운 눈치시다.


7월 21일, 드디어 군농민회 회의 날!

한숨 조금, 걱정 조금, 눈치 조금 보긴 하였지만, ‘마을간담회, 될까 안 될까 이러쿵저러쿵 말 많이 하지 말고 한 마을만 하게 되더라도 일단 시작해보자’고 결정을 보았다. 결정을 보자마자 “미~하고 있다가는 또 아무것도 안 된다”며 당장 계획을 세우고는 신속하게 움직이자 하신다.

먼저 이장단 협의회에 간담회를 제안하기로 하였다.

회장님께서 동면 이장단협의회에 참석하여 제안을 하셨는데 생각보다 반응도 괜찮았고, 동면중에서도 회장님이 살고 계신 ‘속초리’부터 마을간담회를 시작하자고 중지가 모였다.


며칠 뒤 회장님과 동면지회장님은 속초리 이장님을 다시 만나셨다. 일주일 전 즈음 홍천군 모든 마을 이장, 반장, 노인회장, 부녀회장, 새마을지도회장 등등 마을의 한다하는 ‘장’님들께 간담회 협조요청 우편물을 발송하긴 했지만, ‘마을간담회 안내장’을 새로 제작하여 이장님과 함께 반장님들을 직접 만나 전달하면서 마을분들께 홍보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


이제 마을 섭외며 홍보도 착착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몇 주간 간담회 준비로 바쁘고 피곤할 텐데 반응도 괜찮고 뭔가 조금씩 되어가는 것 같아서인지 다들 부지런히 움직이는 발걸음에 힘이 가득 실려 있다.


한편, 마을홍보만 하면 무엇 하리오. 강사단도 빡시게! 준비태세를 갖추었다.


7월 27일, 강사단 교육 첫모임.

교육에 임하는 자세들이 자못 진지하고 결의도 높았다. 간담회 목표도 세우고 각 마을별 분위기 파악, 1차 간담회 마을, 강사선정, 간담회 진행틀, 간담회 후 실천과제까지 높은 결의만큼이나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헌데 신들린 듯 논의하던 강사단들이 갑자기 멈칫 하신다. 드디어 그 시간이 온 것이다. 모두들 피해가고 싶어 했던 공포의 ‘강의 시안 발표!’ 일을 함에 있어 빼는 법 없이 성실하신 회장님도, 철두철미하고 추진력이 뛰어나신 사무국장님도 이 시간만큼은 왜 이렇게 작아지시는 것인지, 결국 새벽 1시까지 서로 눈치만 보다 어색한 웃음으로 다음 모임을 기약하였다.


8월 6일, 2차 강사단 모임.

드디어 강사단 모두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그동안 준비해온 내공을 발산하며 시강을 발표하였다. 한 사람 한 사람 캠코더로 촬영하여 다시 보며 서로의 시강에 대해 평가까지 진행하였다. 시간은 적절한지, 내용, 동작, 표정은 어떠한지 꼼꼼히 체크하기 시작했다. 조금 민망할 때도 있었지만 후에 이날의 시강 및 평가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몇몇 분의 증언(?)이 있기도 했다. 강의 중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시간조절을 잘하기 위해 차트도 준비하였다. 출력한 차트 글씨가 너무 작다는 지적이 나와 형형색색의 예쁘고 큰 글씨로 다시 제작하였다.


자, 드디어 준비완료! 8월 8일 첫 간담회 날이다.

마음을 비우자고 해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늦도록 부지런히 활동한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거짓말 일 것이다. 준비한대로 잘해낼 수 있을지, 남들 앞에만 서면 나타나는 안면근육 떨림증과 수전증이 오늘따리 심하진 않을지, 온갖 걱정 속에 마을회관으로 들어섰다.


<첫 번째 마을>

마을 : 사무국장님이 사시는 남면 유치리

강사 : 남궁석회장

참석자 : 면지회분들 포함하여 22명의 마을주민, 4명의 군농민회 임원진


시작이 8시 반인데 군농민회 임원진뿐 아니라 면지회 회원들까지 8시부터 자리에 앉아 자료도 읽어보고 이것저것 확인해본다. 왠지 강사만큼이나 다들 긴장하신 듯하다. 인사도 나누고 영상도 보고 드디어 강의시작!

처음엔 조금 긴장하신 듯싶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 회장님 술술술~말씀도 잘하신다. 회장님은 아무래도 시강덕을 톡톡히 보신 듯싶다. 한미 FTA 저지 실천방안에 대해 조금 약했다는 평가가 있긴 하였지만, 시강때 지적되었던 부분들을 수정 보완하여 거의 완벽한(?)강의를 진행하셨다. 특히 어려운 용어를 쉽게 풀어 이야기하고, FTA 피해에 대해 실생활과 접목시킨 사례를 제시해 주민들의 이목을 집중해내어 훌륭했다.

회장님 강의에 이어 모두의 관심사인 농민약국 약사님의 ‘한미 FTA와 국민건강권, 그리고 농업노동 재해 보험법’에 대한 이야기가 더해져 끝까지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경청하셨다.

간담회를 마칠 때 즈음, 참석한 주민들 모두가 농민서약서에 서명을 하셨고, 사실 마을 간담회에 대해 별로 탐탁치 않아하시던 이장님께서 몇 명 참석하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며 2차간담회까지 약속하셨다.

첫출발! 이만하면 아주 훌륭했다!

모두들 흡족한 표정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바로 다음날 있을 두 번째 간담회를 준비했다.


8월 9일, 두 번째 간담회.


<두 번째 마을>

마을 : 회장님이 사시는 동면 속초1리

강사 : 이계영 정책실장

참석자 : 29명의 마을주민, 4명의 군농민회 임원진

특이사항 : 어제 마을간담회를 진행한 남면지회 회원분이 더 듣고 배우고 싶다고 동면간담회장소로 찾아오심


첫 번째와 크게 다르지 않게 간담회는 진행되었고 강사님이 시강 때보다 강의시간을 신경 써서 잘 조절하시며 열강하셨다. %나 수치보다는 농민들의 실생활과 맞물려 충격 또는 자극받을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해 설명하면 더 좋겠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어쨌든 이곳마을 반응도 몹시 진지했다.

새로운 사실을 아시게 된 듯 놀라기도 하시고, 그동안 몰라서 못하고 있었던 거라고 얘기하시는 분도 계시고, 질문도 여기저기서 적지 않게 쇄도하였다.

“2012년 보리수매폐지 정말이냐?”, “진료비, 약값상승 정말이냐?” 등등 이렇게 뜨거운 분위기만큼이나 농민서약서는 참석 주민 모두 작성하셨고 함께 참석하셨던 옆 마을 월운리 이장님이 간담회 약속을 하고 가셨다.


사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열심히 준비하긴 했지만 부족함도 적지 않은 간담회였다. 그러나 마을간담회를 준비하면서 결의하였던 “간담회 진행 과정을 통해 그동안 나태하고 안일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며 로이 거듭나는 농민회가 되기 위한 시발점으로 만들고자” 함에는 부족함이 없었다고 여겨진다.


요즈음 오락가락한 이상 기후로 인해 많은 농민들 가슴이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홍천농민회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 농사일 수습하느라 잠시 간담회를 중단하였다. 그러나 농민회원들은 내 논밭농사 말고도 지어야 할 농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다시 툭툭 털고 일어섰다. 그리곤 다시 간담회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을 준비를 하고 계시다. 이렇게!!!


“그동안 우리 홍천군농민회, 여성농민회는 남한사회 변혁운동 조직으로서의 정체성은 물론 조직사업 기풍에서도 대중에 기반하며, 대중 속에서 활동가들이 발로 뛰어 대중을 획득하고 조직화하는 사업으로서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머리만 있고 몸통은 없는 기형적인 조직 속에서 안주하며 활동하지 않는 조직은 결코 대중을 얻어낼 수도 없거니와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어가지 못할 것입니다.

이를 스스로 겸허하게 반성하며 자기점검과 이후 학습으로 바로 세워 나감으로써 바람직한 운동의 기풍과 조직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이에 간부들의 변화와 노력으로 거듭나는 올바른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스스로의 노력을 기대합니다.

또한 올 하반기 마을간담회를 통해 농민대중의 지지기반을 확대하여 11월 총궐기, 대선과 총선 승리로 이끌고 한미 FTA까지 반드시 끝장냅시다!

자,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admi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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