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호]11월 총궐기의 주춧돌, 마을간담회
천병한 전농 조직교육국장
■ 11월 총궐기 투쟁을 준비하는데, 갑갑한 뭔가가 있죠?
30만 항쟁을 준비하던 2002년 9월과 2007년 지금, 우리에게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십니까? 당시 이맘때 시군, 읍면 농민회에는 현수막으로 넘쳐났고, 예상 참석 인원에 맞게 버스를 예약하느라 골치를 썩여야 하였습니다. 년 초부터 30만 항쟁을 통해서 쟁취해야 할 정치적 목표, 조직적 목표를 분명히 하고, 쌀 문제, 농가부채 문제 등 다양한 농민 생존권적 현안과 WTO 협상을 결합시켜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간부들의 눈빛은 뭔가 일을 내고야 말듯이 반짝였습니다. 여름부터 빡빡한 계획을 세워 실천을 하였습니다.
그에 비하면 2007년 올해는 시작이 늦은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결코 절망할 수 없는 조건들이 형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롭게 투쟁했던 2002년에 비해 민주노총 80만 조합원들이 하반기 투쟁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전 국민적인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는 비정규직 이랜드 투쟁은 추석 대목을 기점으로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 내어 민중총궐기 투쟁에 폭발적인 역할을 할 것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9월 16일 출범하는 한국진보연대로 굳게 뭉쳐 전민중이 참여하는 군중대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한미 FTA 타결의 여파로 인해 각 품목별 가격하락이 계속되고, 전 농민의 공통 현안인 쌀값 인하를 추진하고 있어 전 품목, 전농민이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11월 민중총궐기는 한미 FTA 투쟁과 정부의 농업구조조정에 맞서 쌀을 지키는 투쟁이 결합되고, 농가부채와 품목별 투쟁을 다양하게 결합되는 총궐기가 될 것입니다.
간부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늦게 불이 붙은 것은 사실이지만, 작년보다 많이 준비하고, 통 크게 계획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농민운동 연수원에 참가한 한 회원은 자기 면 53개 마을 중 51개 마을에서 간담회를 이미 마쳤다고 합니다. 전국적인 상황은 총화해보니 강원, 충남, 전북, 전남 등에서 작년과는 다른 규모의 마을간담회가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계속 될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민중총궐기를 준비하는 현장 간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신랄한 비판과 함께 해답도 함께 제시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다음은 현재 우리의 태세가 이완되어 있고, 출발이 늦었던 이유에 대한 비판과 그에 대한 해답을 현장간부들이 제시하는 것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대선을 좀 더 부각시켜내지 못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전농의 정세 기조를 보면 한미 FTA에 따른 농업의 피해분석을 중심으로 되어 있다. 농업문제를 세밀하게 푸는 효과적인 방식일 수 있으나 대중사업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중들과 얘기 할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짧게 주어지는데, 그 짧은 시간에 최대한 효과적으로 하반기 투쟁을 해설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정치’얘기이다. 수십 년 동안 농업을 말아 먹은 한나라당! 10년 집권하면서 더욱 농촌을 피폐하게 만들어 놓은 노무현 집권세력! 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한미 FTA! 그런 문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농민들의 속을 후련하게 할 수 있고, 분노를 모을 수도 있고, 총궐기 투쟁으로 참가케 하는 동인이 될 수도 있다. 투쟁의 구호는 간부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가슴속에서 삶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민중들은 대선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 뭔가가 밉고 싫어서든 뭔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있어서든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들을 올바른 기대와 관심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대선 투쟁의 핵심일 것이다. 그렇게 이끌어 낸 힘으로 11월 총궐기만 성사시켜낸다면 한국진보연대와 민주노동당의 강화를 실현시켜 대선투쟁을 승리할 것이다.
“명쾌하면서도 ‘승리하겠구나’하는 자신감을 줄 수 있는 투쟁 전망이 없었다.”
5월 지역 순회 간담회를 진행했고, 몇 개월이 지났음에도 “도대체 투쟁을 어떻게 하자는 지 모르겠다.”하는 간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전농 중앙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8월 3일 상무위, 상집위 연석회의를 통해 하반기 사업계획이 정해지고 나서 현장 간부들이 방향을 잡고 투쟁을 착착 준비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11월 총궐기 투쟁에 전조직력을 움직이고, 그 과정에 대규모 쌀적재 투쟁을 전개함으로써 대중적 참여를 이끌어 내고, 한미 FTA 찬반에 대한 입장을 가르는 정치전선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하반기 투쟁의 핵심이다. 그것을 통해 조직적 성과, 대중적 성과, 정치적 성과를 모두 챙겨낸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잘못한다는 소리는 그만해라.”
오늘날 농민운동이 힘든 것은 현장 간부들의 결의나 활동이 낮아서가 아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적 조건 농사규모, 농민들이 알아먹지 못하는 내용으로 추진되는 농업구조조정 정책, 초고령화로 접어든 농촌 현실과 전체 인구의 7%로 줄어든 농촌 인구, 농민의 자식이었던 도시민들의 농업 외면,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간부들은 11월 총궐기 투쟁을 잘해보자고 결의를 내고, 밤늦게까지 머리를 쥐어짜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모든 간부들의 헌신성과 열정을 믿고, 그들이 틀어쥐고 나아가야 할 투쟁의 무기를 잘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학교 다닐 때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선생님이 시킬까봐 서로 눈치만 보다가 아는 문제가 나오면 서로 맞출 거라고 손을 들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 운동도 서로 눈치만 보는 게 아니라 서로 자랑하고파 손을 드는 방식이 필요하다. 바로 본보기 사업, 즉 모범을 전파하는 식의 사업이다.
전농 산하 100여개 농민회 중에는 잘 못하는 농민회도 많이 있지만, 모범을 만들어 내는 농민회도 많이 있다. 모범이 되는 지역의 사례를 잘 모으고, 효과적으로 전국화 시켜 낸다면 모두가 상승반응 보이면서 역동적인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 마을 간담회를 잘하려면
종자, 미국말로 프레임을 잘 잡자
농민대중이 투쟁의 주인으로 나서게 해야 한다. 그러나 쉽지가 않다. 한미 FTA가 타결되어도, 쌀값이 떨어져도, 각종 보조금이 삭감되어도 농민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그들에게 자극을 주고 투쟁에 동참하게 만들 수 있는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근시안적인 임기응변식 대응이 아니라 장기적인 농민운동의 방향과 일치하면서 정치사상적, 조직적 성과를 남길 수 있는 기조는 무엇인가?
가장 효과적인 선전선동의 내용은 간부들의 머릿속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고, 실제 마을간담회를 진행하는 속에서 수정보안을 통해 다듬어져 간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간담회를 하고 나면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희망과 자신감, 신명나는 구호와 내용을 생산하자
어느 순간부터 전농의 문건에는 ‘농업 몰락, 농민 죽음, 절망, 이판사판’ 이런 식의 글들이 많다. 물론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런 표현이 되풀이 되다보니 간부 스스로 의기소침해지고, 지치고 힘 빠지는 현상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
오히려 농민대중들은 이 힘든 시기에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역경을 순경으로 돌려 세우고자 한다면 간부들 스스로 희망, 자신감, 신명나는 식의 표현과 기조, 내용을 생산해야 하지 않을까?
농민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자
정권이 농업 주권을 포기하고 개방농정으로 일관하기 시작한 이후 농민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엄청 많아 졌다. 정권은 일부러 어려운 표현을 많이 써가며 농민들과 국민들을 현혹시키려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서 우리 농민운동 진영의 말과 표현도 자연히 어려워지게 되었다. 간부들도 머릿속에 체계를 세우고 해설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대중은 복잡하고 어려운 각론보다는 헌신적 활동을 통해 확인하게 되는 농민회원들의 진정성에 지지를 보내주었다. 그렇기에 우리의 투쟁은 승리하는 투쟁을 계속해 올 수 있었다. 지나치게 어려운 표현, 단어는 자제하고 통계, 수치적 분석은 최소화하면서 농민대중이 가려워하는 점을 찾아 교양, 설복함으로써 함께 슬퍼하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결의할 수 있도록 하자.
향후 투쟁의 목표를 명확히 인식시키자
간담회의 모든 얘기의 종결점은 ‘그래서?’이다. 여러 가지 장황한 과제를 제시하기 보다는 실천과제를 한두 가지로 압축해서 제시하여 농민들이 부담 없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내부적으로 조직적 목표를 가지고 그에 맞게 사업을 전개하자. 핵심 인자의 발굴과 시간투자를 목적의식적으로 진행하도록 하자.
■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하고 얘기하는 것은 구실을 찾으려는 나약한 마음일 뿐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대선투쟁을 승리로 결속 짓고 08년 총선까지 나아가느냐, 그렇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시간만 보내다가 끝나는가는 11월 민중총궐기 성사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실천 활동으로 붙은 불이 얼마나 활활 타오르는가에 승패는 걸려 있습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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