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호]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미와 진보진영의 과제
민경우 (한국진보연대 정책기획부위원장)
8월 28일~30일로 예정되어 있었던 2차 정상회담이 10월 2일~4일로 연기되었다. 2차 정상회담은 한반도 통일정세는 물론 2007년 대선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래에서는 2차 정상회담의 의미와 진보진영의 과제를 주로 실천적인 관점에서 기술해 보겠다.
1. 2차 남북정상회담의 동력
2차 정상회담의 동력은 먼저 북의 2006년 핵․미사일 발사로 북미 사이의 역관계가 변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 직전에 무산되었던 94년이나 1차 정상회담이 진행되었던 2000년의 사례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북미 공방이 대화국면으로 발전하여 미국의 압박 정책이 이완되어야 한다.
2006년 7월 5일 미사일 발사와 10월 9일 핵실험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진보진영의 관점에서 보면 정보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다. 그러나 제도권 매체의 보도, 10월 9일 이후 미국의 행보를 통해 미루어 보면 북의 핵․미사일 역량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 들일 정도의 강력한 수준이었던 것 같다.
정상회담의 두 번째 동력은 2007년 대선과 관련이 있다. 2000년 10월 핵실험 직후부터 본격화된 북미 대화는 BDA 문제로 일시 교착되었지만 6월 중순에 BDA 문제가 해소되고 7월 무렵부터는 북미간 본격적인 협상국면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북은 북미대화와 함께 남북 대화를 추진하기 시작한다. 보도에 따르면 7월 이전까지 정상회담에 대해 남은 적극 추진하는 입장이었고, 북은 원칙적인 차원에서 동의하되 시기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7월에 들어서면서 북미 대화가 진전될 조짐을 보이자 소극적이던 북이 남북 정상회담을 전격 제안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 94년이나 2000년도에도 그러했는데 북의 입장에서는 북미 대화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남북정상회담을 해야만 이후 북미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기할 점은 2000년 1차 정상회담의 경우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남북관계가 꾸준히 진전되는 과정에서 정상회담이 합의되었다면 2007년의 정상회담은 남북관계가 악화되거나 정체되는 속에서 성사된 점이다. 이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거나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남북관계를 후퇴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북의 의지가 강력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남북 정상회담의 또 하나의 동인은 2007년 대선이다.
2. 2007년 대선의 향배
1) 정치지형
한나라당의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였다. 이명박 후보의 승리는 한나라당내의 비주류가 승리한 것으로 박근혜로 대표되는 반북보수강경파가 점진적으로 쇠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는 2005년 5.31 총선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선출과정에서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한나라당의 보수강경파가 여전히 주류이기는 하지만 한나라당이 이를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후보를 선출하게 되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가 보수세력으로 제한되면서 선거에서는 승리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2차 정상회담은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보수강경파의 정치적 입지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내 보수강경파는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전국적인 전망을 갖는 정치세력으로서의 생명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유사한 집단이 범여권의 민주당이다.
범여권의 경우 오랜 난산 끝에 대통합신당으로 결집했지만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인적 구성에서 ‘도로 열린우리당’인데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대통합신당내에 보수파의 영향력이 커져 있다. 친노그룹의 경우는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에 비해 상당히 친미화 되어 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제 3세력으로서 위력적인 의제 창출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노동당 경선은 당원들의 높은 참여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대중적 참여라는 관점에서 보면 아쉬움으로 남는다.
범여권에 대한 실망, 민주노동당에 대한 아쉬움을 비집고 제 3세력이 부상할 가능성이 큰 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문국현 사장 등이 그런 사례이다. 문국현 사장의 출마는 <대기업 대 중소기업>, <성장 지상주의 대 친환경․고용 안정>구도와 같은 의미 있는 쟁점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2) 의제
한미FTA의 경우 9월 국회비준 여부가 관건이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보면 대선이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발전하고 범여권의 경우 평화․남북관계 개선을 의제로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분열을 자초할 한미FTA를 강행처리할 동력은 없어 보인다. 대체로 한미 FTA 국회비준은 내년으로 넘어간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노무현 정부의 성향에 비추어 이를 마냥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선의 핵심적인 관심사는 교육․부동산․의료 등의 생활 의제이다. 그러나 이들 사안은 워낙 각 세력이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다 국민대중이 이를 날카롭게 가려 볼 만큼 의식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조건에서 이들 의제가 높은 관심을 갖되 변별력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비정규직 문제의 경우 민주노동당과 여타 정치세력을 가르는 중요한 쟁점이다.
남북관계의 경우 국민적 관심사는 높지 않지만 첫째, 북미공방의 양상이 국민대중의 주관적인 정서를 뛰어 넘는 수준에서 한반도 내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고, 둘째, 한나라당과 범여권의 변별력이 뚜렷한 쟁점이라는 점에서 2007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이다.
3. 정세의 특징
현 정세의 특징은 국제정세, 한반도를 둘러 싼 주변 정세 등이 진보진영에 대단히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점이다. 미국의 일극주의가 도처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미국과 유럽의 분화, 중․러의 탈미연대, 중남미의 반미경향, 중동의 혼미, 북․이란 등 ‘불량국가’의 핵개발 등) 향후 4~5년 사이에 한반도에서 극적인 정세가 도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현재 조성된 역관계로 보면 이는 한반도 통일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반면 남측의 정치지형이 친미 보수화되고 있고 진보진영의 경우 위력적인 대중운동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정세는 남측의 정치지형이 친미 보수화되어 분단이 장기화되느냐 아니면 한반도 통일정세에 호응하는 통일지향적인 정치세력이 발전하여 조국통일을 현실화시킬 수 있느냐의 갈림길에 있다.
이렇게 보면 남측 진보진영의 과제는 대중운동을 활성화하여 운동역량을 튼튼히 구축하고 이에 기초하여 민주노동당을 확대, 강화하는 방향에서 사업할 필요가 있다. 정세가 유리하다고 해서 즉자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면 대중적 지반을 잃을 가능성이 있고, 한나라당 낙선이 중요하다고 해서 민주노동당을 강화하는 작업을 소홀히 하면 정치지형의 총체적인 친미보수화를 허용하고 말 것이다.
이에 기초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각 영역에서의 과제를 제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국통일이 가까운 시기에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에 대한 확신성 있는 정치교양사업이 비상히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 대중의 지지와 공감대가 넓은 사안을 중심으로 대중투쟁을 활성화하여 대중 의식화․조직화를 촉진하고 대중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구호의 선명함이 아니라 많은 대중을 포괄하는 대중투쟁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셋째, 대선까지는 정상회담 지지, 남북관계 개선을 중심으로 한나라당을 고립시키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반미운동의 경우 과격한 구호를 자제하고 환경오염, 미군범죄 등 대중적인 의제를 중심으로 반미자주화운동을 적극화하는 방향에서 사업해야 한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경우 등록금과 청년실업,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농민들의 한미 FTA 등 각계각층의 이해와 요구를 걸고 큰 규모의 대중투쟁을 창출하는 것이다.
4. 글을 맺으며
현 정세는 극적인 전환을 앞두고 꿈틀대고 있다. 버시바우 대사는 최근 “내년에는 여태까지의 수많았던 터부(금기)를 넘는 빅뱅 수준의 대전환도 가능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버시바우 미국 대사의 발언은 남북미 등 최고위급 수준에서 상당히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반면 이에 대한 대중적 체감도가 낮은 편인데 양자의 괴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될 것이다. 진보진영은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극적인 정세를 목적의식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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