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호]한반도 통일정세의 변화와 향후 과제

 

민경우·한미FTA저지범국본 정책기획팀장


BDA 문제로 난항에 부딪혔던 북미 관계가 해소되면서 북미, 남북관계가 변화할 조짐을 보 이고 있다. 특히 한반도 통일정세의 진전정도와 양상은 대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이다. 아래에서는 BDA 해결 이후 북미, 남북관계의 변화 양상을 대선과 연관 지어 예상해보고 운동 진영의 과제를 도출해 보겠다.


1. 북미 관계


BDA 문제가 해결되면서 북미관계는 평화체제 국면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BDA 국면에서 미국이 보여준 태도는 이례적일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미국은 연방은행을 동원하면서까지 BDA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북미문제 해결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주었다. 같은 맥락에서 버시바우대사를 포함하여 미국의 주요 관리들이 부시 임기내 평화체제 수립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의 입장은 부시 행정부 임기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핵 문제의 해결 방향은 <북핵 폐기 - 평화체제 수립>으로 보는듯하다. 후자의 경우 미국은 평화체제가 수립되더라도 한미동맹 유지, 주한미군의 변형된 주둔을 선호할 것이다. 미국이 이러한 입장을 갖게 된 배경은 북의 핵·미사일 역량이 만만치 않은 점, 중동 등에서 심각한 정치군사적 난관에 봉착한 점, 2008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반면 북의 입장은 <북핵 폐기 - 평화체제 수립>에서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군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7.13 북미 군사회담을 제안한 것은 이러한 북의 문제의식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북미 양국의 입장 차이가 충돌하는 시점과 양상인데, 북의 입장에서 보면 남에서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 점, 북미 양자 사이에 여전히 평화체제 수립 방향을 둘러 싼 이견이 존재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북미 관계를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북의 입장에서 보면 북미 공방에서 유리한 입장에 섰다고 보기 때문에 <긴장 조성 또는 섣부른 타협>보다는 주변 정세를 지켜보며 서서히 북미 관계를 발전시키려 할 것이다. 상황을 이렇게 보면 북미 관계는 2007년 대 선 시점에서 근본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한 차원에서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2. 남북관계


남북관계는 2005년 하반기 이후 남북이 상호 상이한 길을 걸어 왔다. 북의 경우 2005년 8.15 행사에서 김기남 당 비서가 현충원을 참배한 것과 연동하여 남북관계가 기존의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교류·협력하는 양상이 아니라 이른바‘근본문제’ (한미합동군사훈련, 국가보안법, 금수산 기념궁전 참배, NLL 등) 등 정치군사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질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마도 남이 북의 제안 중 일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했을 것이다.


반면 남은 근본문제에 대한 남의 제안을 거부하고 주로 쌀·비료, 에너지지원 등 경제적인 문제를 통해 북핵 폐기에 집중했다. 2006년 상반기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남은 쌀· 비료, 에너지 지원 등 포괄적인 경제 지원을 통해 북핵 폐기를 유도한다는 정책을 폈다. 이는 김대중 정부가 북미 관계 교착시 미국에 북미 대화를 요구한 점과 다른 점이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정책은 북미 관계 경색의 한 당사자인 미국의 책임을 면책하는 효과가 있다. 한편 7.5 북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쌀·비료 지원을 중단하는 비정상적인 결정을 한 바 있다.


2007년에는 BDA 문제가 장기화되자 다시 금 쌀·비료 지원을 유보하였다. 2007년의 쌀·비료 지원 유보 결정은 BDA 문제의 책임이 북에 있다고 보기 어려웠고, BDA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해결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했으며 부시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태 로 이뤄진 점에서 대단히 심각한 것이었다. 6.15 평양행사에서 북의 태도, NLL 등 근본 문제에 대한 강조 등 최근 북이 보여주는 강경한 태도는 남측의 행동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첫째, BDA 문제가 해결된 이후 남측이 8월 초 장관급 회담 을 갖자고 제안하고 북이 이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 둘째, 7.24~26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NLL 문제 등 군사적인 문제들이 민감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는 점. 셋째, 7.26 개성에서 8.15 행사에 대한 실무회담이 진행되는 점 등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남의 경우 BDA 문제가 해결되고 북미 관계가 빠르게 복원되고 있는 조건에서 뒤늦게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북은 7.13 북미군사회담 제안에 이어 7월 24~26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NLL 문제 등을 거론하며 북미 관계의 성과를 남북관계로 발전시키려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은 장관급 회담 등 남북 정부급 회담은 후순위로 하고 8.15 행사 등 민간급 교류에 대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향후 남북관계의 전망은 다음의 세 가지 정도로 예측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남측이 군사문제에 대한 북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수용한다면 여타의 남북관계도 그와 연동하여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에서 대선이 진행되는 조건에서 북도 남북관계 개선을 선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남에서 일정한 반응을 보이면 남북관계는 큰 폭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남북관계 개선의 정도가 정상회담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 여부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필자는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BDA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물리적 시간이 많지 않은 점,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또는 선의의 조치)라고 할 수 있는 근본문제(NLL 등)에 대한 남측의 조치가 대체로 미온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점, 정상회담의 성사가 대선에 미칠 영향을 장담할 수 없는 반면 북의 입장에 서는 커다란 협상 카드를 사용할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손에 쥘만한 가시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에서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대체로 남북 장관급 회담의 복원과 근본문제에 대한 부분적인 의제화와 여타 사회경제적 교류의 진전 정도가 아닐까 한다. 셋째, 근본문제에 대한 남측의 반응이 없다 면 북측은 최소한의 남북관계만 유지하고 여타 부분에서는 지금처럼 냉랭한 입장을 견지할 것 이다.


3. 현 정세의 특징


향후 과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현재 조성되어 있는 통일정세의 특징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 이 중요하다.

현 정세는 첫째, 북미 관계가 <전쟁과 평화>의 각축에서 <어떤 평화인가>를 둘러 싼 논쟁으로 쟁점이 이동하고 있고 둘째, 남북관계에서 기존의 사회경제적 교류를 중심으로 한 느슨한 교류협력 국면에서 근본문제를 매개로 한 남북 관계의 질적인 발전으로 둘러 싼 각축으로 쟁점이 이동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10.9 핵실험 이후 정세를 <전쟁과 평화>의 각축 국면으로 보며 평화의제를 전면화한 것은 올바른 대응이 아니었다. 누구나 평화를 말하는 조건에서 평화체제를 강조하는 것은 정세를 돌파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평화가 아니라 어떤 평화 즉, 주한미군의 지위, 통일지향적인 남북관계와 관련된 날카로운 쟁점을 제기할 필요가 있었다.


남북관계의 경우에도 남북관계가 기존의 사회경제적 교류의 위주의 느슨한 교류협력 국면 에서 정치군사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질적인 발전의 지점에 선 조건에서 보다 민감한 대응이 중요했다. 즉 기존의 관성대로 남북관계의 개선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가 통일지향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는가 여부가 중요했다고 볼 수 있다. 정상회담에 대해 말하자면 중요한 것은 정상 회담의 성사 여부가 아니라 정상회담으로 가는 고리가 무엇인가를 명확히 하고 이를 돌파하려는 태도와 관점이다. 정상회담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상반기 노무현 정부의 비정상적인 반통일 정책을 용납하는 후과를 가져 온 점에서 보다 날카로운 정세인식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남측 수석대표인 정승조 육군소장이 회담장에 도착한 북측 단장 김영철 인민군 중장을 맞이하고 있다

▲ 남측 수석대표인 정승조 육군소장이 회담장에 도착한 북측 단장 김영철 인민군 중장을 맞이하고 있다 ⓒ농민의길


4. 과제


진보민중진영의 과제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현 정세를 지탱하고 있는 주체들 사이의 역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현 정세의 핵심 동력은 북미 사이의 정치군사적인 대결이다. 특기할만한 점은 2003~4년 사이의 6자회담이 동문서답식의 답답한 힘의 균형상태였다면 2005년 2월 이후 북미의 균형이 북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이다. 앞서 밝혔던 것처럼 균형을 붕괴시키고 있는 힘은 북의 핵·미사일 역량, 중동 정세의 악화, 미 정가 가 대선을 앞에 두고 있는 점 등이다. 그리고 북미 역관계가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점과 맞물려 그 동안 남북 사이에 유지되었던 느슨한 교류협력 국면도 변화하고 있다.

정세를 이해하는데 있어 간과해선 안 될 점은 현재 정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정부와 정부 또는 국가와 국가들 사이에 정치군사적인 역관계라는 점이다. 불행히도 남의 진보민중진영는 2005~2007년 통일정세의 격동기에 정세를 제대로 주도하지 못했다. 따라서 통일정세의 변화기에 주변부로 밀려 나 있다. 이를 고려하면 남의 진보민중진영이 한반도 통일정세에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음을 냉정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남의 진보민중진영이 변화하고 있는 한반도 통일정세에 즉자적으로 개입하려 하기보다는 남측의 정치지형을 변화 시켜 통일정세에 개입할 조건을 새롭게 마련하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냉정하게 말하면 반전평화의 기치아래 한반도 통일정세에 개입하려는 노력이 가상하기는 하지만 실제 정세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현 시점에서 반전 평화운동은 실제 한반도 평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운동을 발전시키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반면 비정규 직, 한미 FTA 등의 과제는 직접적으로 평화, 통일정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남의 정치지 형을 바꾸어 평화통일정세에 개입할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는 점에서 평화통일운동과 관련이 있다.

이렇게 보면 진보민중진영은 정부와 정부, 국가와 국가가 벌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둘러 싼 각축을 예리하게 주시하되 주요하게는 진보민중진영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주통일, 반전평화운동 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과격한 구호는 최대한 지양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 철수 따위의 구호 는 정세를 관통하는 쟁점일 수는 있어도 대중운동 역량을 축성, 강화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환경오염 부담, 방위비 분담, 미군범죄 등 대중의 공감대가 넓은 사안을 중심으로 최대한 운동역량을 확대·발전시키는 기조에서 사업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비정규직, 한미 FTA, 교육·주거 문제 등 민중운동과 긴밀히 결합하여 운동의 대 중성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한반 도 통일문제에 대한 즉자적인 개입보다는 운동 역량을 강화하여야 이후 통일정세에 개입할 근 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한미 FTA, 교육·주거 등의 문제는 노동자, 농민 등 기층 민중운동을 활성화하여 이후 이들이 자주통일 운동에 동력이 될 수 있고 이들 운동이 활성화되는 자체가 정치지형을 변화시켜 진보민중진영의 통일노선을 제도권에 강제할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같은 느슨하고 우회적인 운동이 가능한 이유는 북미, 남북 사이의 역관계가 남의 진보민중진영에게 유리하게 편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공방, 남북대화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정세 발전에 필요한 상당 부분이 쟁점화 될 것이다. 진보민중진영은 이 흐름에 자연스럽게 합류하여 정세를 발전시키는데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려는 입장과 태도가 중요하다.

 

힐 차관보가 22일 오후 4시15분 외교부 청사에서 방북결과 설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 힐 차관보가 22일 오후 4시15분 외교부 청사에서 방북결과 설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김주영 기자] ⓒ농민의길


BDA는 중국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으로 미국이 이 은행에 있는 북한의 계좌를 불법자금 으로 규정하여 입출금을 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6자회담이 공회전을 하게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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