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호]정상회담의 성과와 민중운동의 과제
민경우 한미FTA범국본 정책기획부위원장
1. 정상회담의 동력
정상회담의 성과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상회담을 만들어 낸 동력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상회담을 가능케 했던 힘(또는 배경)은 첫째, 미국 일극주의의 붕괴, 약화 둘째, 북미의 역관계의 변화로 나누어 살펴 볼 수 있다.
1) 미국 일극질서의 붕괴
91년 소련이 붕괴한 이후 90년대 후반까지 미국 주도의 일극질서가 형성되었다. 90년대 후반이 되면 미국 주도의 일극질서가 약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었다. 99년 유로화의 출범(99년 도입되어 2002년부터 유통), 중러의 연대 강화, 중남미에서 온건좌파 정권의 등장, 98~2000년 북미 공방 등이 그것이다.
2001년 출범한 부시행정부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평가하면 미국 주도의 일극질서를 복원하려는 반동적인 정권이다. 부시 행정부는 2001년 9.11 테러를 악용하여 2003년 3월 이라크를 침략하면서 세계정세를 대파란으로 몰고 갔다.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하면서 전 세계를 <우리 편-적>으로 양분했다. 이에 따라 <미국-영국-일본-호주-(인도)> 등이 친미적 세계를 이루었고 유럽대륙의 독일, 프랑스가 친미적이면서도 미국의 일방주의에는 저항하는 또 다른 세계를 이루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의 가장 극적인 결과는 중러의 반미연대의 강화이다. 러시아는 군사력을 강화하여 미국에 대해 공공연히 저항하기 시작했고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새로운 대항마로 출현하였다. 중러가 공동으로 미국에 대한 견제망을 구체화한 것이 상하이협력기구인데 이로써 유라시아 대륙 중앙부가 반미 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제 3세계의 경우 중남미의 탈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고 중동에서는 이라크를 시작으로 팔레스타인.레바논.소말리아.아프카니스탄 등으로 반미 진영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의 가장 역설적인 결과는 아마도 북과 이란의 핵 공세일 것이다.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이라크를 UN 결의도 무시하고 침략하자 북과 이란은 핵을 통해 미국의 다음 공격을 대비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핵을 중심으로 형성된 미국의 세계 패권에 강력한 도전이 되고 있다.
미국 일극질서의 붕괴가 약화되면서 중동은 반미의 열풍 지역으로 변해가고 있고 중러의 대미 견제력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를 동북아시아 지역에 적용해 보면 미국의 전 세계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면서 제한된 역량이 중동에 집중된 반면 동북아시아에서는 미국의 통제력이 급속히 이완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러의 견제력이 작동하면서 동북아시아의 질서 재편은 어떤 형태로든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2) 북미공방
남북정상회담의 직접적인 배경은 북미 공방의 수준이다. 원리적으로 말한다면 북미공방에서 일정한 진전이 없으면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10.2~4 정상회담은 같은 시기 9.30 6자회담 합의문(10.3 발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9.30 합의문에서는 12.31 이전까지 <핵 불능화-테러지원국, 적성국교역법>을 교환하기로 합의하였는데 이로써 북미 공방은 북미수교, 종전협상 등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협상 단계로 접어들었다.
북미 공방이 역사적인 단계로 접어 든 직접적인 동기는 2006년 7월 5일, 10월 9일 미사일과 핵 실험 결과이다. 필자는 핵, 미사일 실험의 구체적인 결과를 알 수 없다. 그러나 여러 정황 증거를 통해 이를 간접적으로 살펴 볼 수 있다.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 사이의 힘의 역관계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UN, 남한, 중국 등 어떤 주변 요인도 북미 정세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뿐이다. 따라서 2006년 북이 보여준 군사력의 실체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2006년 핵, 미사일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북의 핵, 미사일 역량에 대한 여러 가지 판단 중에서 필자가 나름대로 신뢰하는 분석은 시사인(과거 시사저널) 남문희 기자의 분석이다.(2006.10.16자)
남문희 기자의 분석을 요약하면 7.5 미사일 발사 실험에서 미국은 북의 미사일을 탐지, 파괴할 능력이 없음이 확인되었고 10.9 핵실험에서 북은 미사일에 장착 가능한 소형 핵폭탄 기술을 보여주었다. 즉 7.5 미사일 발사와 10.9 핵실험 결과를 요약하면 미국이 선제공격을 하더라도 북의 미사일 중 일부가 살아남고 여기에 핵을 장착하여 반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은 미국에 대한 전쟁 억지력을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북의 핵, 미사일 역량에 대한 정보는 나라와 기관마다 차이가 있어 정확한 것을 알기 어렵지만 이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 10.9 핵실험 직후 발표한 부시 대통령의 연설 전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10.10 발표한 연설문에서 “지난 밤 북한은 핵시험 완료를 전 세계에 선언했다. 미국은 이러한 도발적 행위를 비난하는 바이다. 북한이 또다시 국제 사회의 의지에 도전함에 따라 국제 사회는 이에 곧 응답할 것이다. 미국은 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며,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보호할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2003년 3월 17일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것을 알고 있던 미국은 48시간 이내에 사담 후세인과 그 가족은 이라크를 떠나라며 최후통첩을 한 바 있다. 반면 미국은 핵실험을 한 북에 대해서는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나갈 것”이라며 꼬리를 내리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북의 핵 역량이 군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섰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10.10 부시 대통령의 연설 이후 북미 공방은 협상의 길로 접어들었다. 군사적 해결책이 불가능하다면 외교이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 이후 진행된 UN 안보리 제재 운운하는 것은 일종의 외교적 제스처에 불과하다.
2. 정상회담의 결과와 과제
1) 정상회담의 결과
| ▲ 정상회담에서 만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 ⓒ농민의길 |
북의 경우에는 첫째. 통일문제를 언급하되 노무현 정부가 적극적이지 않을 경우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해 두고 있었던 것 같다. 둘째. 평화와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특별히 문제가 없는 한 남의 제안을 수용하려 했다. 보도에 따르면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등 몇 가지 사안을 빼고는 대부분 남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형식적으로는 김대중 대통령과 비교하여 차이가 없는 수준의 대우를 하되 내용적으로는 다소 실무적으로 맞이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보면 10.4 합의문의 내용으로만 보면 다소 실무적인 회담이지만 한반도 주변 정세를 고려하면 평화와 통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성과를 남겼다고 볼 수 있다. 즉 남북관계를 급진전하는 북미정세에 접근시키고 남 대선의 결과와 무관하게 남북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발전시킨 회담으로 볼 수 있겠다.
이후 정세는 2007년 10월부터 2008년 중하반기 어느 시점까지 한반도 통일정세는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11월 미국의 대선이 예정되어 있는바 북은 그 이전까지 북미관계를 급진전시키려 하고 있고 미국은 중동 정세 악화를 어떻게든 북미 협상에서 만회하려 하기 때문에 2008년 중하반기까지는 큰 변수가 없는 한 급진전할 것으로 보인다.
2) 향후 과제
현 정세의 가장 큰 특징은 국제, 통일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측의 정치지형, D운동역량이 이에 호응하여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따라서 향후 과제는 남의 운동역량을 대중적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통일정세의 발전에 맞추어 향후 가까운 몇 해 안에 실제로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원칙적인 차원의 과제를 제시해 보겠다.
대중의식화 사업을 비상히 강화해야 한다. 운동진영 전반에 만연해 있는 대중교양사업의 경시 풍조는 우려할만한 현상이다. 대중의식화는 대중운동의 기본이며 운동 발전의 기본 동력이다. 특히 국제, 통일정세가 유리하게 발전하고 있는 조건에서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다 많이 발굴하여 이를 홍보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조직적으로는 민주노총, 전농 등 기본군중조직을 보다 대중적으로 발전시키고 이 성과를 민주노동당으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 통일정세가 발전할수록 한나라당내 반북파는 경향적으로 축소되고 <한나라당내 박근혜 일부와 이명박, 민주당, 대통합신당의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문국현의 일부>까지가 친미보수세력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조건에서 진보와 자주를 표방하는 정치세력을 육성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다.
대중운동의 견지에서는 대중의 생활적 이해에 기반을 두어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의 군중적 운동을 지향해야 한다. 통일정세가 중요하다고 해서 대중의 생존권적 이해를 경시하거나 대중의 준비정도를 뛰어 넘어 소수 활동가 중심의 운동을 전개하려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운동의 대중화는 운동의 전 기간 일관되게 중시되어야 할 중요한 측면이다. 운동 진영은 대중의 경제적, 생활적, 생존권적 이해에 튼튼히 기초하여 운동의 대중적 지반을 공고히 하는데 주력해야 하며 하나의 운동을 벌이더라도 대중과 함께 참여하는 군중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바야흐로 놀라운 역사적인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아마도 향후 몇 년 안에 우리는 참으로 극적인 순간을 맞게 될 것이다. 통일정세의 격랑을 타고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자.
admi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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